브랜드; 짓다

2019. 10. 13. 21:35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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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 수업은 재밌었지만, 음성학 분야는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책은 음성학 이론을 브랜딩에 적용해서 설명해줘서 완전 재밌었다.

 

 

  • 커피 네이밍 :강한 첫맛, 부드러운 끝 맛, 아련하게 남는 뒷맛. 이것을 음성학적으로 치환하면 ‘강한 첫음절, 부드러운 둘째 음절, 여운이 남는 끝음절’이 된다. 강한 음은 격음(거센소리, ㅋㅌㅍㅊ)과 경음(된소리, ㄲㄸㅃㅆㅉ)으로 구현된다. 부드러운 음은 성대가 떨려 소리를 내는 유성음(모음, ㄴㄹㅁㅇ)으로 구현된다. 이름이 불린 후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는 마지막 음절이 받침 없는 모음이나 유성음 받침으로 끝맺어 공기 중에 진동을 남겨야 한다.

 

  • 티오피 T.O.P.
  1. 커피의 강한 첫 맛은 ‘티’, 부드러운 맛은 ‘오’, 여운이 남는 향은 ‘피’
  2. 커피콩이 처음 발견된 지역은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의 맨 앞 글자인 ‘에’와 마지막 글자인 ‘아’를 빼면 ‘티오피’가 남는다.
  3. 커피와 티오피의 마지막 글자는 둘 다 ‘피’로 끝난다.

 

  • 익숙한 문구의 순서 바꾸기
  1. OO 뮤지엄이 아니라, 뮤지엄 OO (ex) 뮤지엄 산
  2. 뉴 카페가 아니라, 카페 뉴

 

  •   익숙한 문구 사이에 글자 삽입하기 (ex) 홈쇼핑이 아니라, 홈앤쇼핑

 

  • ‘카누’의 음성학적 매력_ 생소한 이름이 기억에 남으려면 무성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무성음은 거칠게 들리지만, 이 거친 느낌이 없으면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또 무성음이 이름에 약간의 텐션을 주어야 쫄깃함이 생긴다. 부르는 맛이 생긴다는 뜻이다. 커피의 강한 맛을 표현하는 ‘카’에 유성음 ‘누’가 따라붙어 부드러운 맛을 표현했다. 티오피처럼 무의식적으로 커피를 연상시킴으로써 커피다움을 표현하려 한 것도 공통점이다. 커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 중 하나는 ‘카페’다. 그래서 ‘카’로 시작하는 카누에서는 자연스럽게 커피가 연상된다.

 

  • KAIST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알파벳을 하나씩 보여주었을 때 한국인들의 뇌에서 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K, T, N, Y, Z라고 한다. 카누의 스펠링에 C가 아닌 K를 쓴 이유다.

 

  • 자동차의 본질적 속성을 음성학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자동차의 본질적 속성은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부를 때도 그런 느낌이 들어야 한다. 성대의 공기가 막혔다가 터지면서 나는 소리인 파열음은 시동을 켜고 달려나가는 자동차의 모습과 닮았다. 진동이 계속되는 양성 모음이나 유성음으로 끝맺으면, 질주를 멈추지 않는 자동차의 모습을 은연중에 떠올리게 된다.

 

  • 우아함은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유성음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부드럽고 우아한 유성음은 임팩트가 약하다. 임팩트가 약한 것은 화려하지 않다. 화려하다는 것은 무리 중 튄다는 것이므로, 이를 표현하려면 적당한 파열음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파열음만 주로 쓰다 보면 화려한 것이 아니라 파워풀해진다. 우아한 유성음 사이에 파열음이 포인트가 될 때 화려하다고 느껴진다.

 

  • ‘로체’라는 짧은 두 글자 안에는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녹아 있다. 부드러운 유성음과 파워풀한 무성음의 조화, 밝고 진휘적인 양성 모음과 적당한 무게감을 주는 음성 모음이 조화를 이룬다. 그 때문에 부드러움과 강함, 친근함과 세련된 감각이 공존한다. 더군다나 ‘로’와 ‘체’ 모두 너무 생소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독특한 글자다.

 

  • 영어/라틴어 등 외국어 조합하여 네이밍하기
  1. ‘가장 빛나는 별’ 알파alpha + ‘영원한 시간’ 에온eon = alpheon
  2. (영어) 활동적인active + (라틴어) 1년annum = 액티넘actinum
  3. tea + nirvana(열반) = Teavana(티바나)

* alpheon

부드러운 유성음으로 첫 음과 끝 음을 처리하고, 강한 파열음을 가운데 넣어 응집력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알페온의 끝 음인 ‘온’은 퍼지는 유성음이 아니라 에너지를 모아주는 유성음이기 ㄸ문에 단단함을 더해준다.

 

* actinum

‘active’는 아주 쉬운 영어 단어면서 제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마지막 글자인 ‘넘num’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글자다. 굳이 라틴어에서 왔다고 설명하지 않아도 ‘뭔가 있을 법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 덕분에 액티넘은 원래 의도대로 ‘파워풀하면서도 친근하고, 전문적이면서도 어렵지 않은’ 이름이 되었다.

 

 

  • 타라 Tarra_ 억지나 조잡함 없이 모음과 자음이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 또 홍차라고 해서 ‘티,’차‘라는 글자를 눈에 띄게 넣은 것도 세련된 기법은 아니다. 오히려 'ㅌ' 음소 하나만으로 '티'의 이미지를 은은하게 전달하는 것이 고차원적인 기법이다.

 

  • 닌텐도 위(Wii), 국민은행 리브(Liiv) : 발음은 보통명사와 같지만 표기를 다르게 하여 차별화

 

  • 대중적인 브랜드로서 부르기 쉽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 글자 이름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다. ‘외형률’ 때문이기도 하다. 외형률이란 시를 지을 때 지켜야 하는 글자 수의 규칙을 말한다. 국어 시간에 배운 시조 작법을 기억해보자. 시조는 내재율을 따르는 현대시와 달리 엄격한 외형률이 있다. 시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외형률은 3,3조와 3,4조, 즉 세 글자 다음에는 반드시 세 글자나 네 글자가 따라와야 한다는 규칙이다. 우리말에서는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 ‘아름다운 정자’의 의미를 ‘누각이 있는 정원’으로 재해석했다. 그리고 누각의 ‘누’ 자와 정원의 ‘원’ 자를 합해 ‘루원’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루원은 ‘다락 누’ 자와 ‘동산 원’ 자를 쓰지만, 외국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언어적 특징이 있다. 첫 음절인 ‘루’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어에서 ㄹ로 시작하는 단어는 거의 없다. 두음법칙 때문이다. 그런데 두음법칙에서 벗어난 약간의 불편함이 브랜드 언어에서는 오히려 매력이 된다.

 

  • 세 가지 후보안 중 ‘코월드, 코리아’, ‘KIND’의 화자는 한국이다. 그러나 ‘월드 프렌즈 코리아’의 화자는 봉사자다. 해외 봉사는 더 이상 국가 주도의 형식적인 활동이 아니다.

 

  • 코나KONA : K로 시작하기 때문에 SUV 특유의 파워풀한 느낌이 있고, 기분 좋은 진동이 있는 양성 모음 O,A로 구성되었다. 무겁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는 음성 모음과 달리 양성 모음은 가볍고 밝은 이미지를 풍기므로, 소형 SUV를 위한 언어적 요소로 적절하다.

 

  • 사명을 보면 시대의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오랫동안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은 창업자 이름이 곧 사명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천편일률적인 두 글자 한자어로 사명을 지었다. ‘권위의 시대’다. 그러다가 기업의 비즈니스를 표현의 핵심으로 삼는 사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한자어 중심인 사명을 영어 중심으로 변경했다. ‘실용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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