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언어
2019. 10. 3. 22:48ㆍreading
반응형
음식의 언어
검은 글씨는 책 인용, 초록 글씨는 내 생각
- 아주 값비싼 레스토랑이 음식의 출처를 거론하는 횟수가 값싼 레스토랑보다 15배는 더 많았다! 출처에 대한 이런 강박적 집착은 여러분이 아주 비싸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와 있음을 말해주는 강력한 지표다. (아니면 여러분이 값비싼 정크푸드, 바로 그와 똑같은 전략에 따라 내놓은 정크푸드를 사고 있다는 지표일 수도 있다.)
- 값싼 레스토랑의 메뉴에 포함된 또 다른 언어학적 힌트 한 가지는 당신you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자주 등장한다는 점인데, 이것은 “당신의 선택your choice”이라든가 “당신의 방식your way”같은 구절로 표현된다.
- cf. 비싼 레스토랑은 “주방장의 선택chef’s choice”이나 “주방장 추천chef’s selection
- 영어에도 ‘폼 나는 단어’가 있다. 알파벳 11개나 12개 이상을 쓰는 길고 다음절인 단어 말이다. 그저 더 길기만 할 뿐인데, 왜 더 폼 나는 단어라고들 여길까? 일단 영어에서 긴 단어는 역사적으로 더 지위가 높은 언어인 프랑스어나 라틴어에서 유입된 경우가 많다. 또한 더 긴 단어일수록 덜 자주 쓰인다.
- 그들의 가설은 부동산 중개인이 그 집에 어떤 구체적인 긍정적 특성이 없는 부족함을 은폐하기 위해 ‘환상적인’처럼 모호하고 긍정적인 단어(인상 주입용 단어)를 쓴다는 것이다. 사실 레스토랑에서 높은 가격과 상관관계가 있는 단어는 ‘환상적인’같은 공허한 단어가 아니라 바닷가재, 송로버섯, 캐비아처럼 가 있는 내용물을 제대로 묘사하는 단어들이다.
- 졸업논문에서 고관여 제품일수록 광고 슬로건에서 추상적 어휘를 쓰고 ('보험'이라 명시하지 않고 'Verbindung'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기), 저관여 제품일수록 제품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구체적 어휘를 쓴다고 결론 내렸다.
- 광고 슬로건이랑 메뉴판은 또 다르구만
- 언어학자 마크 리버먼은 우리가 이런 과잉언급을 ‘지위 불안’의 징후로 여긴다고 주장한다. 값비싼 레스토랑은 잘 익은ripe이라는 단어(또는 신선한fresh이나 바삭바삭한crispy)를 쓰지 않는다. 잘 익어야 하는 음식은 당연히 잘 익었으리라고, 또 모든 식재료가 당연히 신선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중간 가격대의 레스토랑은 그곳이 충분히 근사한 곳이 아니어서 손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그래서 거듭 확신시키려고 애쓰는 것이다. 변명이 너무 많다.
- '행복'에 대한 집착, '소확행'도 다 행복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아닌지
- 정말 재밌게 들은 학교 수업에서 인생을 의미 있게 사는 방법으로 1) 좋아하는 일에 몰입 2) 의미있는 인간관계, 2가지를 제시했다. 근데 1) 몰입 상태에선 행복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그냥 몰입했으니까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
- 의미론적 표백
- awesome에서 awe의 의미는 표백되어 없어졌다. 진정한 경이가 없는 상황에도 awesome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 이러한 감정적이거나 정동적인 단어에서 의미론적 표백은 만연해 있고, 가끔은 ‘사랑하다love’같은 동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언어학자이자 어휘학자인 에린 매킨은 젊은 여성들이 ‘love’라는 단어를 일반화함으로써 낭만적인 핵심과 무관하게 음식 같은 무생물 대상에 대한 자신들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쓰게 된 것은 겨우 최근, 즉 1800년대 후반의 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 긍정적인 견해보다 부정적인 견해를 서술하는 데 쓰이는 단어 유형이 더 많고 의미도 더 많이 구별된다는 사실은 여러 언어에서, 그리고 더 많은 종류의 단어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부정적 차별화negative differentiation라 불린다.
-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상황은 저마다 아주 다르며, 그 때문에 서로 다른 단어를 적용해야 한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와 반대로 행복한 느낌이나 좋은 상황은 서로 더 비슷해 보이고, 단어 종류가 더 적어도 처리될 수 있는 것 같다.
- 광둥어에서 부정적인 냄새 어휘의 종류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위생 수준이 높아지고 비닐 포장이 늘어나면서 언어학자 일라리오데 수자Hilario de Sousa가 “선조들이 경험했던 후각적 감각의 다양성”이라고 섬세하게 일컬은 냄새를 경험할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 여러 언어에서 크게 줄어든 냄새 어휘는 최근의 현상, 즉 도시화로 인한 현상(그런 어휘를 보존한 언어는 흔히 도시 밖에서 사용된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예부터 있었고 유전적인 것일지도 모른다.(인간이 되면서 특정한 냄새를 탐지라도록 암호화한 유전자 여러 개가 성능을 잃었는데, 어쩌면 영장류에서의 삼색 색각이 발달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른다)
- 제임스 페네베이커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우리’나 ‘우리를’ 같은 단어를 아주 빈번하게 사용하여 자신들의 소속감을 강조함으로써 어떤 집단에 소속되는 데서 위안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악평 리뷰도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 제임스 페네베이커는 책 <단어의 사생활>의 저자이자, LIWC를 만든 사람.. 이 사람 논문 많이 읽었는데. 반갑소
- 긍정적인 단어는 무표성unmarked이라는 특별한 언어적 지위를 가진다. 유표적markedness은 대립항과 관계있는 문제다. 행복/불행, 선/악, 유능/무능, 정직/부정직처럼 짝을 이루는 단어에서, 각 쌍의 첫 번째 것은 무표성이거나 중립적이고, 두 번째 단어는 유표성이다. 어떤 쌍에서 어떤 쪽이 표시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개의 언어적 신호가 있다. 무표성이 더 짧다. 무표성 단어는 “X와 Y”라는 구절, 그러니까 “선과 악”이나 “옳고 그림”같은 구절에서 먼저 나오는 편이다. 무표성 단어는 중립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 회계사는 정직합니까?”라고 묻는 것은 당신 회계사의 정직성을 알아내기 위한 중립적인 방법이다. 그러지 않고 “당신 회계사는 부정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상대방 회계사가 속임수를 쓴다고 믿을 이유가 이미 있음을 암시한다.
- 여러 언어에서 무표성 단어는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단어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 부자들을 과녁으로 삼는 마케팅 술수는 더 복잡한 단어와 복잡한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점을 측정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홍보 문구의 평균 단어에 쓰인 알파벳 수를 세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평균적 문장에 쓰인 단어의 수도 세어봤다. 언어 복잡성을 측정하는 널리 쓰이는 플레시-킨케이드Flesch-Kincaid readability test 척도는 단순하게 이 두 셈의 평균을 내어 문구에다 아주 개약적인 ‘등급 레벨’을 매기는 방법이다. 우리는 값싼 칩의 홍보 문구가 더 간단한 문장과 간단한 단어를 쓴다는 것을 알아냈다.
- 비싼 칩은 부정적인 표시도 훨씬 많이 갖고 있다. 부정형 단어는 그 칩이 갖고 있지 않은 나쁜 품질을 강조함으로써 다른 브랜드는 이 나쁜 품질을 갖고 있다고 교묘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세련된 취향은 그저 상류계급이 자기들의 높은 지위를 자랑하는, 다른 계급과 자신들을 구별하는 한 가지 방식일 뿐이다. “취향은 일단,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대한 부정이다”라고 부르디외는 말한다. 부르디외가 만든 이 모델은 비싼 칩의 광고에서 이러한 구별을 명시적으로 강조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서 비교급과 부정사가 많이 쓰이는 까닭을 설명해준다. 음식과 관련한 상류계급의 취향은 다른 계급의 취향과의 대비에 따라 규정된다. 상류계급이랑 노동계급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 싼 포테이토 칩 -상호의존적 자아 - 우리 가족, 우리 전통, 그리고 우리 인간관계에 대한 집중
- 비싼 포테이토 칩 -독립적 자아 - 특별해지고 싶고 독립적이 되어야 하는 우리의 필요성에 대한 집중
- 여러 언어에서 전설모음은 작고 얇고 가벼운 사물을 가리키는 단어에, 후설모음은 크고 뚱뚱하고 무거운 사물에 쓰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 little, teeny, itsy-bitsy (모두 전설모음)
- humongous, enormous (강조되는 모음이 후설모음)
- 아이스크림은 전적으로 진하고 부드럽고 묵직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후설모음이 들어간 이름의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frish(전설)보다 frosh(후설) 이름의 아이스크림을 더 부드럽고 진하다고 느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주파수 이론 (언어학자 존 오할라John Ohala, 유진 모턴Eugene Morton)
- 포유류와 조류가 공격적이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때는 저주파의(더 깊은) 소리를 쓰지만, 겁이 나거나 달랠 때, 또는 친밀한 분위기에서는 고주파 소리(높은 음정)을 쓰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동물들이 경쟁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는 덩치가 커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럴 때 말고는 작고 덜 위협적인 방향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 모턴과 오할라는 그래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소리의 음정을 크기와 연결시킨다고 주장한다. 모음은 모두 상이한 주파수의 공명으로 이루어진다. 혀가 높이 솟아 입 앞쪽에 위치하면 앞쪽에 작은 구멍을 만든다. 작은 구멍은 높은 음정을 만든다. (전설모음 – 높은 음)
- 소리가 의미를 담고 있는 현상을 음 상징sound symbolism이라고 한다. 음 상징과 관련한 가장 깊은 연구는 전설, 후설모음 사이의 차이를 둘러싸고 이루어졌다.
- 존 오할라는 높은 음정과 존경이나 친금함과의 관련성이 미소의 기원을 설명해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달래거나 친밀한 행위와 연결된다. 우리는 입술 끝을 양쪽으로 잡아당겨 미소 짓는다. 그런데 원숭이 같은 동물도 복종을 나타낼 때 입 양쪽을 잡아당기며, 그와 반대인 얼굴 표정(오할라는 이것을 “o-face”라고 부른다), 즉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입 양쪽을 앞으로 잡아당김으로써 공격성을 나타낸다.
- 입술 끝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면 입안 앞쪽 구멍의 크기가 줄어들어서 모음 I나 I처럼 된다(전설모음)
- 미소는 포유류들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더 높은 음정의 소리를 내고 미소 지을 때 더 작아 보이고 덜 공격적으로 보이는 쪽, 따라서 더 친근해 보이는 쪽이 유리한 상황일 때 일어난 진화의 결과다.
반응형
'read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터 읽기의 기술 (0) | 2019.12.20 |
---|---|
단어의 사생활 (0) | 2019.10.14 |
브랜드; 짓다 (0) | 2019.10.13 |
The Language the Gets People to Give: Phrases that Predict Success on Kickstarter (0) | 2019.10.06 |
모두 거짓말을 한다 (0) | 2019.10.01 |